"납북자 문제 해결 위해 김정은과 직접 만날 것"
기시다 '회동' 제안에…북한, 이틀만에 빠른 화답
서방채널 다 막힌 김정은, 기시다 통해 활로 모색하나

북한 김정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정책브리핑, 대통령실 
북한 김정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정책브리핑,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논란과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욱일기를 달고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것을 두고 '반일몰이'를 한다고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가운데, 북한은 일본의 정상회담 제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 주목되고 있다.

앞서 NHK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7일 도쿄에서 열린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귀국 촉구' 대국민 집회에서 "납치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권 문제"라며 G7 정상들의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한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언제든지 직접 만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회담을 조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측과 총리 직속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은 이틀만인 29일 박상길 외무성 부상(차관급)은 담화에서 "만일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새로운 결단을 내리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하려 한다면 조(북한)·일 두 나라가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공화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일본이 '전제 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다 해결된 납치 문제를 조일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일본은 말이 아니라 실천행동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납북자 문제는 1970~1980년대 일본인 17명이 북한으로 납치,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방북 후 5명이 풀려났고, 12명이 북한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건이다. 반면 북한은 일본으로 풀려난 5명을 제외한 12명 중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온 적도 없어 이 사건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이틀만에 기시다 총리 정상회담 제안에 예상보다 빨리 호응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서방세계와 모든 채널이 막힌 김정은이 기시다 총리를 통해 서방과의 접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김정일-고이즈미 '평양선언'을 회복하는 명분도 있어 김정은에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커머스갤러리 신교근 기자 / cmcglr@cmcg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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